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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학술연구소

제목

이상규박사 회고사(모산 심재완박사 8주기 추모행사 2019.11.16)

작성자
모산학술재단
작성일
2019.12.16
첨부파일0
조회수
797
내용


20191116慕山 沈載完 博士 8주기 추모 행사에 회고사를 부탁받았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되돌아보면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산 선생님과의 연연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추모 회고사를 통해 풀어 보았다.

모산 선생님은 잘 알려졌듯이 학자로서 그리고 개인적인 인품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두루 한가지 빠짐없는 휼륭하고 거룩한 삶을 걸어 오셨던 분이다. 특히 모산 선생님이 젊었을 무렵 경대사대를 졸업한 삼촌과의 친분을 인연으로 영천 차당실 나의 고향에 소장하고 있던 甁窩 李衡祥의 유고인 <甁窩歌曲集>(모산 선생님이 명명)을 발굴하여 정밀한 연구와 함께 이를 저본으로 하여 <歷代時調全書>라는 불후의 명저를 이루어셨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자료들을 애지중지하며 소중하게 다루시던 모습을 본 집안 어르신들은 늘 모산 선생은 참으로 훌륭하고 깨끗하신 학자라는 칭송을 나에게 들려주셨다.

당시 대구경북 일원의 사대부가에는 많은 역사문학 자료들이 종종 발굴되기도 하였는데 특히 대학교수들의 출입이 잦았으나 모산 선생님처럼 초연하고 성실하게 자료를 학계에 소개해 주신 분은 아마 드물었던 것 같다. 집안 어른들은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나에게도 너도 앞으로 모산 선생을 배워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며 대학원을 다녔다. 그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들어간 후 결혼을 할 무렵 모산 선생님께서 댁으로 오라고 하여 찾아뵈었더니 영남대학교에서 간행되는 <민족문화연구> 3집을 한 권 주시는데 그 가운데 女賓女友라는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착착 접어 넣어 주셨다. 너무 영광스러운 결혼 선물이라 결혼 후 즉각 표구를 하여 지금까지 내집 안방에 걸려 있다. 곳곳하고 단아한 선생님의 기품이 글씨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 후 선생님은 울진봉평비의 발굴과 초독을 하여 연구의 길을 열어 주었으며 <月印釋譜> 11권 중간본의 발굴과 해제 등, 시조 문학 연구의 집대성뿐만 아니라 한국학의 기초자료를 연구하는 길목을 터주셨다. 필자가 울산대학교를 거쳐 경북대학교로 옮겼을 무렵 전화가 와서 이군, 언제 시간 나면 한번 다녀가라고 하셔서 찾아뵈었더니 빛바랜 프린트 유인물 책한 권을 내 놓으셨다. 이 책은 내가 경성사범 예과에 다닐 때 도남 조윤제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모신 어문연구부라는 동아리에서 방학이 되면 전국 방언조사를 한 <方言集>인데 직접 참여하여 만든 것인데 이 책을 연구해 보라며 내놓으셨다. 선생님 문하에도 방언학을 전공하는 제자들이 있는데 제가 그럴 수 있겠느냐고 사양을 했으나 이군이 먼저 연구하고 또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 보라는 엄명을 내리셨다. 사실 일본학자 오쿠라심페이(小倉進平)가 지은 <朝鮮語方言硏究>가 방언학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방언사전이어서 좀 못마땅하던 차에 이 경성사범 어문연구부에서 만든 <方言集>이 이보다 더 이른 시기에 간행된 것이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방언사전이라는 고증을 통해 방언학사의 역사를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참 통쾌한 일이었다.

앞으로 모산 선생이 직접 참여하고 만든 경성사범 어문연구부의 <方言集>을 컬러판 언어지도로 만드는 작업을 완성하여 모산 선생님 9주기 추모 행사에 꼭 바치고 싶다. 이 <方言集>에는 간도(間島)의 방언 자료가 실려 있어서 매우 의미가 깊은 방언지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산 선생님이 남긴 빛은 만고상청으로 이어져 갈 것이다.

이상규

(전국립국어원장, 경북대명예교수)